음양오행설의 기원에 대한 오해

하도(河圖)와 낙서(洛書)
오행성(五行星)이 아니다
 

동양과 서양을 비교하여 이야기할 때 보통 서양은 분석적이며 논리적이고, 동양은 직관적이며 비논리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양은 과학적이고 현실적 성향이 강하며, 동양은 비과학적이고 신비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이 말의 진위 여부를 떠나 동양의 전통사상에는 신비주의적 요소가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음양오행설 역시 아직까지도 이러한 신비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는 못하다.

하도(河圖)와 낙서(洛書)　

통상 음양오행설의 기원에 대해 주역과 연관시켜 주역에서 나왔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음양오행설과 주역은 우주(宇宙)의 변화 현상을 설명하는 서로 독립된 이론 체계이지 음양오행설이 주역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음양오행설이 복희씨(伏羲氏)의 하도(河圖)나 우(禹)임금의 낙서(洛書)에서 유래한 것도 아니다.  　

후세의 학자들이 유가(儒家)의 경전 중 하나인 주역에 음양오행설을 접목시켰다고 보여 지며, 실제 주역의 원문에는 특별히 음양이나 오행을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주역의 경문에는 음양이라는 상대적 개념의 용어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이러한 의미의 음양이라는 용어가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은 공자의 해설서인 십익(十翼)이며 그 중에서도 계사전과 설괘전에 의해서이다. 　

이렇게 공자에 의해 역전(易傳)에 음양이 등장하며 이후 역(易)의 많은 현상들을 음양의 시각으로 해석하였다. 물론 역의 많은 부분들이 음양으로 설명되고 음양의 이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음양설이 역에서 나왔다는 증거는 아니다. 　

음양설 역시 우주의 순환 원리요, 역 역시 우주의 순환 원리이니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고대의 학자들이 사대주의적 발상의 영향으로 역의 이치가 무궁(無窮)하고 성인(聖人)이 다룬 내용이니 당연히 음양보다 큰 개념일 것이라 여기고 이러한 관점에서 역과 음양의 관계를 조명해 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행성(五行星)이 아니다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음양오행설의 기원에 대하여 고대부터 육안으로 관측이 가능했던 태양계의 오성(五星)인 목성(木星), 화성(火星), 수성(水星), 금성(金星), 토성(土星)이라고 하고 있다. 이것은 사료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오행설에 대한 신비주의적 발상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복관은 음양오행설을 비판하는 그의 저서 '음양오행설'과 관련 문헌 연구에서 오행설의 기원을 천문(天文)의 오행성(五行星)이라 주장하는 설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시기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서복관은 오행 관념이 고대 천문가에 의해서 발전된 것이라면 오행을 천문상의 오성(五星)으로 보는 견해가 반드시 고대의 천문학적 지식에 대한 일대 정리인 '여씨춘추','십이기'에 나와야 할 것인데, 오행을 가지고 천문상의 오성(五星)을 얘기하는 것은 한나라 초기의 '회남자','천문훈'에서 시작되었기에 오행 관념의 전개는 고대의 천문과는 무관하다고 하며, 오행설이 천문상의 오행에 적용된 것은 한 초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또한 한의학자의 시각에서 오행설을 연구한 박왕용 교수도 그의 한의학 박사 학위논문'오행학설에 대한 연구' 중 '오행 기원설의 내용적 논의'에서 '오행설이 오행성에서 기원한다는 설'은 시기적인 문제를 들어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